발표 영상 하나로 본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공부의 중요성
최근 2020 MATH TALK 본선 대회 영상을 보았습니다. 수많은 학생이 수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멋진 발표를 선보였습니다. 그중 창원남고등학교 박호진 학생은 ‘벡터’를 주제로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을 예로 들어 벡터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했습니다. \[[01:30:06](http://www.youtube.com/watch?v=Zr8CuoMoBns&t=5406)\] 발표 자체는 훌륭했지만,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한 심사위원이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발표한 주제 이외에 일상생활에서 벡터가 아주 많이 쓰이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요?”
자신이 준비한 발표 내용 외의 질문에 학생은 당황하며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이 짧은 순간은 취업이나 입시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압박 면접’이라는 허상: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이 면접을 준비하며 ‘압박 면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집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 공격적인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 예상 질문과 모범 답안을 만들어 달달 외우곤 합니다.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어떤 질문이 나와도 준비된 답변을 차분하게 내놓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하지만 영상 속 학생의 모습은 이러한 준비 방식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준비한 각본을 완벽하게 소화했지만, 각본 밖의 질문 하나에 전체 발표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질문자는 무엇을 알고 싶어 할까?: ‘진짜 실력’의 증명
면접관이나 심사위원이 준비된 발표 내용 외의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단순히 지원자를 압박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들은 발표자가 준비한 내용을 정말 스스로의 것으로 소화했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암기한 지식이 아닌, 깊이 이해하고 체화한 지식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것입니다.
진정한 이해는 응용력과 확장성으로 증명됩니다. 벡터의 개념을 외웠다면 ‘A에서 B로 가는 것’이라고만 답할 수 있지만, 벡터를 이해했다면 내비게이션의 경로 탐색, 게임 속 캐릭터의 움직임,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계산하는 기상 예보 등 다양한 사례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해결책: 살아있는 지식을 만드는 과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진짜 내 것’인 지식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정답은 ‘소통’과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혼자 책상에 앉아 내용을 암기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동료와의 스터디: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서로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은 지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듭니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친구가 질문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개념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 선생님, 전문가와의 대화: 먼저 그 길을 걸어간 분들과의 대화는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줍니다. “이 개념이 실제로 어디에 쓰이나요?” 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제와 목차를 받았더라도, ‘내 이야기’를 담아라
때로는 발표나 프로젝트의 주제와 목차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동적으로 자료를 채워 넣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흥미를 느끼고,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 내용을 스스로 정하고, 그 부분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직접 자료를 찾고 문장을 작성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발표와 면접은 완벽한 암기력 자랑이 아닙니다. 조금 서툴더라도 자신의 언어로 개념을 설명하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도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을 풀어낼 수 있는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과정입니다. 영상 속 학생의 아쉬운 순간을 교훈 삼아, 지식을 내 것으로 체화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